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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화 만만치 않은 적 심성하와 헤어진 엽현은 안란수와 연만리가 기거하는 장원을 찾았다. 이때 두 여인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엽현이 조용히 돌아가려 할 때, 류웅이 그의 곁에 나타났다.
“사조, 제 생전에 저런 천재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하하, 무슨 일이오?” “사조께서 밖에 계실 때 저들은 이미 음양경에 이르렀는데, 이번 폐관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생사경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이런 속도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생사경!
순간 엽현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비록 자신 역시 생사경이긴 했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노력이기보다는 혈맥과 서영족에서 흡수한 영검 사이에서 기연을 얻은 덕분이었다. 반면 연만리와 안란수 두 사람은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생사경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자질만 놓고 보자면 두 여인은 결코 엽현 자신에게 밀리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부문종의 무한에 가까운 지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경지를 돌파할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참, 소칠은 어떻게 됐소?” “그녀는 한술 더 떠, 말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미 얼마 전에 생사경을 뚫은 데 이어 새로운 검도 경지까지 돌파하려는 중입니다!” 엽현은 이번에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알기로 검도의 경지는 간(簡), 허(虛), 진(真), 명(明), 파(破), 마지막으로 범(凡)으로 이어진다. 소칠은 이미 사유계에서 파경에 이른 상태.
만약 이번에 성공하게 된다면 범경에 이른다는 것인가?
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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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파경 파워볼게임사이트 초입에 이른 엽현은 이 말을 듣자 강한 자극을 받았다. 소칠이 강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신 역시 뒤처질 순 없지 않은가!
잠시 후, 방 쪽을 한 번 바라본 엽현이 막 장원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그의 앞에 오랜만에 소령이 나타났다. 소령은 아무 말 없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펼쳤는데, 손바닥 안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단약 한 알이 놓여 있었다.
이게 무슨 단약이지?
바로 이때, 곁에 있던 류웅이 경악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이, 이건… 전설 속에나 존재한다는 수미금단(須彌金丹)!” 수미금단!
이에 소령이 류웅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류웅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류 장로, 수미금단이란 것이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오?” “대단하기만 할 뿐입니까! 이는 칠색 부적 한 장과 맞먹는 엄청난 보물입니다! 심지어 연단종에서도 이 정도 극상품의 수미금단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류웅이 침을 튀기며 설명하자, 엽현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보았다.
“그, 그렇게나 귀하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미금단을 복용하면 수미지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저보다 곁에 계신 아가씨가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바로 이때, 어느새 나타난 연천이 수미금단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이야……. 소령이가 정말로 해냈구나!” 연천이 연신 감탄을 내뱉자, 소령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였다.
연천이 소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수미란 일종의 파워볼실시간 힘의 집적체이다. 당시 주인은 적은 양의 수미에도 우주가 들어있다 하셨지.” “그건 좀 과장된 거 아냐?” 엽현이 의심스레 묻자, 연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인은 실시간파워볼 너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는 자가 아니다.” “…….”
“삼중 차원을 지나 사중차원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수미지력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만큼 대단한 힘이라 할 수 있지. 물론, 간혹가다 수미지력 없이도 사중차원에 진입하는 자들도 있지만, 그렇게는 결코 오래 머무를 수 없고, 그 위력 또한 진정한 사중차원과는 확연히 다르다.” 연천이 다시 수미금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금단을 복용하면 약간의 수미지력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잠시나마 사중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지. 물론 이는 일 회에 한한다. 사실 이 금단은 네가 만든 칠색 부적보다 훨씬 더 가치가 뛰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수미금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미지력보다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연천이 소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야, 수미금단을 만들 때 무슨 기운을 사용했느냐?” 엽현과 류웅의 시선이 일제히 소령에게로 쏠렸다.
이에 소령이 손바닥을 펼치자, 한 줄기 보라색 기운이 둥둥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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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본 순간 류웅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 이건 도대체 무슨 기운이오?” “나도 몰라. 소백이가 준 거야.” 소백?
류웅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엽현이 설명했다.
“소백은 온몸에 하얀 털이 나 있는 아이인데, 류 장로는 모를 것이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류웅이 다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기를 들여다보았다.
“소령아, 이런 기운 더 가지고 있어?” “응! 아직 더 있어!” 이에 엽현이 황급히 소령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소령아, 혹시 이 단약 더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응! 만들어 줄게!” 순간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 엽현은 소령의 작은 손을 붙잡고 연신 흔들었다.
“고마워, 소령아! 네가 최고야!” 이때 소령이 우물쭈물하며 작게 속삭였다.
“그럼 나도… 오빠라고 불러도 파워볼게임 돼?” “오빠? 당연하지!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도 돼!” 엽현이 흔쾌히 허락하자 소령이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 오빠…….” 오빠.
사실 소령은 벌써부터 엽현을 가족이라 여기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인간도 아니고, 인간에 대한 불신도 매우 깊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엽현은 그녀에게 있어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엽령이 그러하듯 엽현을 오빠라고 부르길 원했다.
엽현이 흔쾌히 승낙하자 소령은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이때 엽현이 소령을 끌어안고서,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소령의 행동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단약을 만든다고 혼자 끙끙댔을 걸 생각하니 괜히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엽현은 측은한 마음에 소령의 손을 꼭 붙들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진 마. 알았지?” “응!”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그렇다고 네가 너무 힘들면 안 되겠지?” 소령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령이 하품을 하더니 엽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졸려…….”
서서히 감기는 소령의 눈. 수미금단을 만든다고 그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이었다.
엽현은 그런 소령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품에 안았다.
한쪽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류웅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부사인 엽현에게 수미금단을 만들어 내는 친구가 있다니. 이는 부문종과 연단종을 합친 것보다 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연단종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랄 것인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엽현은 일단 잠이 든 소령을 계옥탑 안으로 옮겨 놓았다.
막 문을 나서려던 엽현은 뭔가 떠오른 듯 돌연 탑 구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구층 존재의 신분은 여전히 수수께끼에 가려진 상황이었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엽현은 어느새 구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앞에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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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오?”
“…….”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돌아서려는 순간, 문 뒤에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볼일이 있느냐?” 상대가 반응을 보이자 엽현이 웃으며 돌아섰다.
“혹시 밖으로 나올 수 있소?” “지금은 나갈 수 없다.” 엽현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을 때, 구층 존재가 다시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나는 네 적도 아니고, 이 탑을 빼앗을 생각도 없다.” “음? 그게 사실이오?” “그렇다. 왜냐하면 네 뒤에 있는 자가 너무 두렵거든.” “…….”

“충고 하나 할까?” “들어 보겠소.” “네 배후가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네가 앞으로 상대하게 될 서영족은 네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서영족에 대해 뭔가 알고 있소?” “알다 뿐이겠느냐? 녀석들과 직접 부딪쳐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거늘. 어쨌거나 네게 해 줄 말은 서영족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선각자만 아니었더라면 서영족을 제외한 나머지는 진즉 오유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럼 천녀와 비교하면 어떻소? 서영족이 그녀보다 더 강하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너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하하,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해서 하는 말이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구층 존재가 입을 열었다.
“그 여인이 얼마나 강한지는 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디서 그런 괴물 같은 여자가…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네가 상대하기에 서영족은 대단히 강력한 것이 사실이다. 비록 선각자에게 괴멸될 뻔하긴 했다만, 내가 알기로 그 주력은 대부분 살아있다. 그런데 선각자가 부재한 지금, 과연 오유계 강자들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그 말에 엽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각자는 왜 그들을 살려 둬가지고는……. 자비를 베풀지 말았어야 했는데.” “흥, 누가 자비를 베풀었단 말이냐? 선각자 역시 애당초 그들을 전멸시킬 생각이었다. 살려두기엔 그 위협이 너무나 컸던 탓이었지.

다만 당시 서영족의 인구는 일억이 넘었다. 너라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다 죽일 수 있었겠느냐?” 엽현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누가 나를 건드리면, 그게 일억 명이든 십억 명이든 다 죽일 것이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사람이 측은지심을 갖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네가 수미금단을 갖게 된 것도, 당초 네가 저 소령이란 아이를 불쌍히 여겨 거둬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느냐?” “…….”
“인간은 애당초 선한 본성을 타고 난다. 물론 살아가면서 양면성을 갖게 되지만 말이다. 어쨌든 선을 심으면 선이 나고, 악을 심으면 악이 나는 것은 만고불변의 이치 아니겠느냐?” “하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것은 또 아니지 않소?” “그것은 세상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얼핏 보면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일이란 게 사람 뜻처럼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마치 가난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부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지금까지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은 네가 모질게 살아와서라기보다는, 오래전 심은 선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과라는 것이다.” 인과!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과,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가?
“그대 역시 한때 오유계에서 꽤나 잘 나가던 무인이었겠지?” “하하하! 그저 이름 없는 무명소졸일 뿐이었다.” 거짓말!


엽현이 속으로 소리쳤다. 계옥탑 구층에 갇힌 인물이 어찌 무명소졸일 수가 있을까?
하지만 엽현은 생각을 입으로 뱉지는 않았다.
잠시 후, 대화를 마친 엽현은 서둘러 계옥탑을 빠져나갔다.
그가 막 원래 장소로 되돌아 왔을 때, 그의 앞에는 검은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도를 들고 있는 열두 명의 무인들이 서 있었다.
수라사위(修羅死衛)!

엽령이 그에게 맡긴 이 수라사위들은 수라기병보다도 더 강한 수라국의 최정예라 할 수 있었다.
열두 무인들은 엽현이 나타나자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차렸다.
주인인 수라여제의 하나뿐인 혈육.
과연 실력만큼이나 서열 정리가 빠른 수라사위들이었다.
눈앞의 열두 무인을 가볍게 훑어보는 엽현.
“지금부터 너희는 나를 따라다니면서 명령을 기다리거라.” “존명!”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서영족이 위치한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음번에 만날 땐 더욱 치열하게 싸우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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