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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화 네가 유인하거라 이운기가 돌연 양 손바닥을 합쳤다. 그러자 그의 미간 사이에 푸른 부문이 떠오르더니,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세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 저건… 흩어져! 어서!” 푸른 부문을 본 장풍이 새하얗게 질려 자리를 떴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황급히 몸을 피했다.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자, 이운기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장풍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비명 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엽현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출수할 필요도 없이 상황이 끝나버렸던 것이다.
이때 장풍을 쫓아갔던 이운기가 엽현 앞에 나타났다. 그의 손엔 피 묻은 장풍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후후, 아직도 도망치지 않다니. 꽤나 기개가 있는 놈이로구나!” “…….”
“음… 내 일 초를 견딘 걸로 보아 그럭저럭 쓸 만한 것 같군. 너도 엽현을 잡으러 가는 거냐?” “그렇소.”
“우리에게 합류할 생각이 있느냐?” “우리?”

엽현이 로투스바카라 의아해하자 이운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현상금이 두둑하게 붙은 걸 보면 엽현이란 놈은 필시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나와 몇몇 무인들은 서로 연합하기로 했지. 어찌, 관심이 있느냐?”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좋소! 함께 하겠소!” “이름이 무엇인가?” “막추언.”
이운기가 묻자 엽현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막추언은 로투스홀짝 얼마 전 그의 손에 죽었던 무원 무인의 이름이었다.
그가 이름을 다시 바꾼 까닭은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었다.
엽현, 현엽.
만약 조금이라도 섬세한 자를 만난다면 이름이 유사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을 위해 만유학부에 실재하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지금은 죽어버린 장풍이 말한 것처럼 매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오픈홀덤 장풍은 다르게 부른 것 같은데. 뭐라더라, 현엽?” “하하, 그건 가명이오. 어차피 오래 보지 않을 자들이라 대충 둘러댄 것뿐이오.” “음, 그렇군. 그럼 나를 따라서 오너라.” 이운기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엽현은 이운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상대가 자신을 다소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유계의 무인들은 꽤나 신중했던 것이다.
한편, 이 시각. 안란수 등은 이미 현황대세계로 돌아간 상태였다. 오유계 무인들이 몰려든다는 첩보에 강구는 부득이 그들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양계천 무인들 또한 현황대세계로 이동했다. 오유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양계천인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현황대세계와 손을 잡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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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천과 현황대세계는 오유계 강자들을 맞서 하나로 똘똘 뭉치지 않으면 순식간에 패배하고 말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편, 다시 어디론가 이동 중인 이운기와 엽현.
“그런데 너는 어디 출신인가?” 이운기가 눈치를 살피며 묻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또 한 번만 물어보면 날 의심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떠나겠소.” “…….”
그렇게 다시 말없이 세이프파워볼 이동하던 두 사람은 이윽고 어느 성역에 도착했다. 이때 갑작스레 어둠 속에서 여러 개의 신식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이 주위를 둘러보며 두 주먹을 쥐자, 쾅-!
엽현의 체내에서 강대한 기운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신식들이 그대로 파괴됐다.
“음?”
이때 한쪽에서 음성이 새어 나오더니, 이내 한 남자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남자는 검은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검은 장포 전체를 걸쳐 커다란 황금 용이 수놓아져 있었다.
“웬 놈이냐?” “…막추언.” 다짜고짜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엽현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이때 이운기가 남자를 향해 말했다.
“조금 전에 만난 자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유계에서 재미 좀 보러 왔다는군.” “…쓸 만한가?” 남자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신 대꾸했다.
“쓸 만한지, 직접 한 번 확인 해볼 텐가?” 남자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강대한 용의 위엄이 엽현을 덮쳐왔다.
용위(龍威)?

엽현의 입가에서 조소가 흘러나왔다. 고대 황금거룡의 영혼을 흡수한 그에게 평범한 용 따위는 귀여울 따름이었던 것이다.
엽현은 움직이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가 자신을 마음대로 하도록 가슴을 열었다.
쾅-!
엽현 주변의 공간이 요동치며 터져 나갔다. 하지만 엽현의 몸에는 그 어떤 타격도 가해지지 않았다.
이를 본 순간 남자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이운기의 눈빛 역시 날카롭게 빛났다.
“어떻게… 내 용위를 흡수할 수 있는 게냐?” “하하하!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이익!”
남자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재차 출수하려 할 때, 이운기가 앞을 막아섰다.
“군무안(君無顏), 우리의 목적을 잊은 건 아니겠지?” 그 말에 군무안이라 불린 남자가 엽현을 뚫어져라 노려보긴 했지만, 더 이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잘 생각했다. 다른 자들은 어디 있나?” 이운기가 묻자 군무안이 말없이 황금 옥새 하나를 손바닥에 놓고 몇 마디 속삭였다.
잠시 후, 그들 앞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입을 벌렸다.
“가자!”
군무안이 옥새를 갈무리하며 먼저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이운기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자, 엽현 역시 그의 뒤를 쫓았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니 다소 몽환적인 세계가 펼쳐졌다. 군무안의 인도 아래, 세 사람은 곧 어느 전각에 도착했다. 전각 앞에서 엽현은 두 여인과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략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등에 거문고를 메고 있었고, 한 손에는 녹색 피리를 쥐고 있었다.
남자의 정면에는 한 여인이 편편한 돌 위에 앉아 매혹적인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특징이라면 한쪽 팔에 검은 철련(鐵鏈)을 두르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여인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엽현 일행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거문고를 메고 있는 남자였다. 그의 시선은 곧바로 엽현에게로 향했으나 먼저 말을 걸어오진 않았다.
자리에 도착하자 이운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자, 자. 시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일단 우리의 목표인 엽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도록 하지. 놈은 상당히 젊은 검수로 검도의 성취가 이쪽 세계의 파경에 이르렀고, 무도 경지는 역시 사유계의 파명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두 자루 검을 애용하는데, 하나는 천주검으로 그 예기가 사유우주에서 으뜸이라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 검이 그리 대단한가?” 한쪽에 앉아 있던 여인이 묻자 이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해 본 결과 오유계에 두어도 신기(神器)라 할 정도로 대단한 검이라 한다. 그러니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그 검을 보거든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듣기로는 진혼검이란 검도 사용하는 걸로 아는데?” 거문고를 메고 있는 남자의 질문에 이운기가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설명할 참이었다. 진혼검은 특별히 영혼체에 대해 상극의 위력을 보이는 신물이다. 상대 영혼을 흡수해 그 위력을 키워나간다고 하니, 육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운기가 잠시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엽현의 가장 두려운 점은 검이 아닌 그의 혈맥이다. 혈맥이 한 번 발작하기 시작하면 그 전투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한다고 한다.” “혈맥?”
혈맥이란 말에 이때까지 벽에 기대 있던 여인이 눈을 번쩍 떴다.
“무슨 혈맥?” “후후, 그러고 보니 천묵(千墨), 너 역시 특수한 혈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잊고 있었군.” “놈은 어떤 혈맥을 지니고 있지?” 천묵이라 불린 여인의 물음에 이운기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진 알지 못한다. 단지 일단 발동하면 하나의 광인으로 변해버린다는 것밖에.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그를 상대할 땐 놈이 혈맥의 힘을 사용하기 전에 단숨에 죽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운기가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알기론 엽현의 본거지인 현황대세계에는 현재 사유계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양계천의 강자들도 그들에게 합류했다 하니, 우리들만으로 놈을 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하여, 놈을 유인하여 처리하고자 한다.” “어떻게 유인하지?” 군무안의 물음에 이운기가 웃으며 대답했다.
“간단하다. 놈의 동생을 이용하는 거지.” “동생?”
돌 위에 눕다시피 앉아 있던 여인이 관심을 보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에게 동생이 있었나?” “그렇다. 게다가 놈은 그녀를 끔찍이 아끼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만 얼마 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곳 어디선가 실종되었는데, 우리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서 녀석을 유인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군무안이 말했다.
“놈에게 계옥탑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 계옥탑!
이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점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놈을 유인하는데 성공하면 어떤 기회도 주지 않고 단숨에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마친 이운기가 잠시 다른 이들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 차례 만유학부의 공격을 받고도 아직까지 살아남은 놈이다. 사유계 출신이라고 무시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도록 하자.” 이때 군무안이 대꾸했다.
“엽현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사유계의 무인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같은 생각이야.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무안의 말처럼 너무 겁먹을 건 없다고 봐.” 한쪽에 앉아 있던 여인이 거들고 나서자, 거문고를 지고 있는 남자가 발언했다.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이 형의 말처럼 가능하면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좋겠지. 게다가 곧 있으면 오유계의 다른 자들이 몰려올 테니 가능한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오유계의 거대 종문들이 젊은 제자들을 이리로 파견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유계를 통해 그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해 줄 셈인 것 같다.” 군무안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유계를 수련장으로 쓸 작정인가? 하긴 이곳만큼 수련하기 좋은 장소도 없을 테지. 우리에게도 말이야. 하하하!” 이때 군무안이 웃음을 그치고 이운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엽현을 어떻게 유인하지?” 이에 이운기가 웃으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 일은 네가 맡아 보는 게 어떻겠나?” “…….”
“걱정할 것 없다. 엽현을 여기까지 유인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일이 끝나면 놈의 진혼검을 네게 주도록 하지. 어떤가?” 엽현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천주검이 나을 것 같소.” “하하, 네가 알아서 골라 가도록 해라. 어차피 우리 중에는 검을 쓰는 자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유인하면 되겠소?” “간단하다. 우선 그와 접촉한 다음 그의 여동생이 있는 곳을 아는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려라. 그런 다음 이곳으로 유인해 오면 된다. 간단하지?” “좋소. 해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