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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화 입마 하겠습니다 계옥탑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신국 전체를 통틀어도 탑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소칠 뿐이었던 것이다.
이때, 계옥탑이 몸을 격렬하게 떨더니, 순식간에 염도의 머리 꼭대기 위에 나타났다. 이윽고 강대한 힘이 염도의 몸을 뒤덮더니, 이내 그의 이마에 붉은 글씨로 ‘囚(수)’라는 글자가 표시됐다.
이를 본 순간, 남궁원의 안색이 지극히 일그러졌다. 만약 자신 때문에 염도가 죽게 된다면 이보다 더한 참변이 없는 것이다.
염도 정도 되는 강자는 신국에서도 보기 드문, 그야말로 최정예 무인 중 하나이지 않은가!
“엽 성주, 방금 전의 일은 내가 사과하겠어요! 내 잘못을 인정하겠으니, 더 이상 일을 크게 벌이지 말아요!” 하지만 엽현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와 함께 염도의 육신도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엽 성주! 전하께서 그대를 섭섭지 않게 대접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그녀를 어찌 보려고 이러는 건가요!” 그 말을 듣자 엽현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결국 계옥탑은 다시 엽현에게로 돌아왔다.
남궁원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뱉어냈다.
이때 엽현이 남궁원과 염도 두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로투스홀짝
“그대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소. 나 역시 그대들의 인정을 바라지 않소. 이번엔 소칠의 얼굴을 봐서 그만두지만,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오!” 말을 마친 엽현이 몸을 돌려 수련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엽 성주, 전하께서 그대에게 수련실을 사용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또 무슨 필요한 것이 있거든 우리가…….” “됐으니까, 좀 닥쳐!” 엽현의 화난 음성이 울려 퍼지고 얼마 후, 그의 발소리마저 장내에서 사라졌다.
“…….” 엽현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장내를 빠져나갔고, 남궁원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남궁원은 조금 전 엽현이 보여준 모습에 다소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까지 그를 뻔뻔하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엽현이 자존심과 오기로 똘똘 뭉친 사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존심!
뼛속까지 오기로 가득 찬 남자!
“매우 위험한 놈이오.” 남궁원이 뒤를 돌아보자 염도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폐하께서 눈여겨보는 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오.” “오유계의 보물을 제외하면 아무 쓸모없는 자입니다.” “그 작은 세계에서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소. 전하께서도 친구처럼 대하는 자인데 평범한 무인일 리가 있겠소?” “…….” “남궁 국사, 아무래도 전하와 엽현 사이에 대해서는 그대가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소. 전하께서도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오.” 남궁원이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염도가 떠나갔다.
그리고 수련실에 홀로 남은 남궁원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 * 질서성을 박차고 나온 엽현은 곧장 신무성으로 복귀했다.오픈홀덤
이때, 그의 경지는 파공경이었으며, 검도상에 있어서는 초범검성에 이른 상태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앞으로 나타날 적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검신의 경지에는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검신이 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국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소칠을 제외한 신국의 무인들은 모두 엽현을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마음을 여는 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자에게는 한없이 냉정한 엽현이었기에 신국에 머무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자 녀석아, 검신이 되고 싶은 게냐?] 익숙한 목소리!
엽현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세이프게임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육층 존재였다.
“선생, 이제 깨어난 것입니까?” [그렇다.] “그럼 이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겁니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허나 조금만 지나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 혹시 밖으로 나오게 되면 저를 노릴 생각은 아니겠지요?” 엽현이 걱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탑의 인물들 중 유독 육층 존재만이 그에게 호의적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었던 것이다.
이때 육층 존재가 말했다.
[상황 봐서!] “상황? 아니, 무슨 상황을 본다는 겁니까?” [아 글쎄, 그런 게 있다. 그나저나 검신이 된다고 하지 않았더냐? 좀 도와주랴?] “저, 정말입니까? 뭐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음… 먼저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이라면…” [태허검총(太虛劍冢)!] 태허검총?

“혼돈우주에 있는 곳입니까?” [아니다.] “하하… 그럼 어떻게 가란 말입니까?” [내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음성이 끊긴 순간, 엽현 앞에 멀쩡히 있던 공간이 홀연히 쫙 찢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공간이 나타나자 엽현이 머뭇거렸다. “선생, 저… 다시 돌아올 순 있는 겁니까?” [어렵지.] “…….” [녀석아, 뭘 생각하고 있는 게냐?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네가 선택하도록 하거라!] 그 말에 엽현은 주저하지 않고 검은 공간 틈 사이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신형이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찢어졌던 공간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어두운 공간 속, 엽현의 몸은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공간도칙 덕분인지 엽현은 이런 속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선생, 태허검총은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오래전 엄청난 검수들을 배출하던 검도 종문이다.] “얼마나 엄청났기에…….” [무어라 설명할지 모르겠구나. 네가 보는 강자와 내가 보는 강자의 개념이 서로 다르니 말이다.] “…….” 바로 이때, 그가 있는 공간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입니까?” [공간 파동. 너는 공간도칙이 있으니 별문제 없을 게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 여자아이, 정말 대단한 천재가 아닐 수 없다.] “소칠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다. 근래 보기 드문 자질이다. 다만 너 역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너는 항상 쫓기는 몸이 되어서 제대로 수련할 시간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제대로 된 지도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걸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성취라 할 수 있지.] “역시!” 육층 존재의 말을 들은 엽현이 탄성을 내질렀다.
“과연 선생은 먼 곳에서 오셔서 그런지 보는 눈이 대단하십니다! 이 엽현의 진면목을 알아봐 주는 것은 선생밖에 없군요!” […오랜만에 봤더니 어째 그 낯짝이 더 두꺼워진 것 같지?] “…….” 바로 이때, 엽현 앞쪽에 하얀빛이 나타났다. 이윽고 엽현은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엽현은 어느 평원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검은색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음산한 기분마저 드는 그런 궁전이!
엽현과 궁전, 그 외에는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했다.
엽현은 온몸에 갑작스레 한기가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세이프파워볼
“저게 바로…….” [들어가거라.] 엽현은 곧장 궁전을 향해 다가갔다. 궁전의 위쪽에는 피처럼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두 글자가 적혀있었다.
마전(魔殿) “선생, 정말 여기가 맞습니까?” [오래전 내가 기거하던 곳이다. 걱정 말고 들어가거라, 귀여운 꼬마 도련님.] 꼬마 도련님?
“하하… 하하하… 선생 농담도 참 잘하십니다. 하하……” 엽현은 뭔가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이 궁전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로 들어선 순간, 엽현은 사악하고 음산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불어 닥치는 것을 느꼈다. 이 기운은 매우 차갑고 불쾌했다.
순간, 엽현은 자세를 낮추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눈에 딱 봐도 평범한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저쪽,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선생… 혹시 으슥한 곳에서 저를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뭘 어떻게 한단 말이냐!] 육층 존재가 윽박지르듯 소리쳤다.파워볼사이트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이냐? 네 몸 안에 이 망할 탑이 있는데 누가 널 해칠 수 있단 말이냐? 살면서 나 같이 좋은 사람 본 적 있느냐?] 좋은 사람!
“선생, 그리 말씀하시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군요.” [어이쿠야! 그럼 당장 돌아가던가!] 이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 한 번 한 것뿐입니다. 선생을 믿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왔을 리가 있겠습니까?” 엽현은 육층 존재의 말대로 대전 깊숙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한참 후, 엽현이 멈춰선 곳은 어느 연못 앞이었다. 연못은 마치 피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연못 전체가 굳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건…….” [상고시대 마신(魔神)의 선혈이다.] “마신?” [그렇다. 오래전에 이 세상에 군림했던 존재였지.] “그렇게 강했습니까?” [강했다.] “얼마나? 검의 주인들만큼 강했습니까?” 엽현의 계속된 질문에 육층 존재가 잠시 침묵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질문 하면 갈아 마셔버리겠다.] “…….” 마신!
피로 가득 찬 연못을 바라보던 엽현의 표정이 점점 진중하게 변했다.
“선생, 왜 저를 이곳으로 데려오신 겁니까?”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속이진 않겠다. 오랫동안 관찰해 온 결과 너는 마신의 전인으로 매우 적합하다. 그래서 너를 마도에 입문시키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것이다.] 입마(魔神)!
엽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관심이 있느냐?” [선생, 정확히 마도에 입문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 것입니까?] “말 그대로 마도일맥의 전인이 된다는 소리다.” “…….” 마(魔)?
엽현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소위 ‘마’라는 개념에 대해 아직 개념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우선 네가 입마하게 되면 얻게 되는 것을 알려주마. 첫째, 이 연못에 있는 마신의 피를 마시게 되면 너의 육신은 봉제경에 가깝게 변화할 것이다. 둘째, 마도전승을 이어받을 수 있다. 그중 다른 것은 몰라도 두 가지는 네 맘에 들 것이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분묘(墳墓)와 장권(葬拳)이다.] “분묘? 장권?” 엽현이 물음표를 띄우자 육층 존재가 설명을 이어갔다.
[분묘란 마족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신물이다. 다소 사악한 것을 빼면 그 효과는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장권이란 마도 최강의 무학이다. 장권을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일권에 세상을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가 잃게 되는 것도 있습니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입마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다만 어차피 지금 너의 상태는 입마한 것과 다름없으니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게다.] “흠…….”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 하거라.] 결국 엽현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마 하겠습니다!””